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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LH 사태 1차 조사 불만족”…“검찰 주도 수사” 우세 [시사저널]

시사리서치 2021.03.19 10:00 조회 277
'특검 도입'에 60.4% '필요', 전연령·지역에서 과반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창칼이었다. 가장 큰 적폐로 ‘불공정’을 지목하고, 그것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탄생한 정부였다. 국민들은 새로운 권력이 가져올 공정을 믿었다. 과정의 공정, 그로 인한 결과의 정의. 그 무렵 광장에 모인 촛불들엔 공정사회를 향한 뜨거운 기대가 실려 있었다.

공정은 이제 문재인 정부를 가장 아프게 겨누는 부메랑이 돼 버렸다.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공정성 논란은 정부의 신뢰도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와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국민은 정부가 외쳐온 공정이란 과연 무엇인지 되물었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번번이 심판대에 올랐다. 그러던 중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는 공정을 향한 일말의 기대마저 꺼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도 이번엔 고개를 숙였다. 철저한 수사와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한 공정성 회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엔 무너진 신뢰를 되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LH 사태는 공정 회복을 향한 일말의 기대마저 꺼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곳곳에선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되묻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주도해야”는 19.5%에 불과

국민들은 3월2일 시민단체 고발로 LH 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정부와 수사 당국의 대응 과정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시사저널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3월16일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LH 사태와 관련한 국민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지난 3월11일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정부의 조사 결과에 ‘불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불만족’이 52.5%로 전체 과반을 넘겼다. ‘다소 불만족’은 18.4%였다. 반면 ‘다소 만족’(15.6%), ‘매우 만족’(9.0%) 등 만족한다는 평가는 24.6%에 그쳤다. 만 19세부터 60세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서 ‘불만족’ 응답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불만족 비중이 높다는 건 현 정부의 조사를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신의 이유는 1차 조사 대상 1만4000여 명 중 투기 의심자로 단 ‘20명’만 적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들 중 13명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 LH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낸 인원인 데다, 직원 가족들에 대한 조사마저 생략했다는 점은 더욱 불신을 키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차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여론을 달랬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2차 조사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떨어진 상황이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를 주도한다는 점 또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LH 사태는 경찰청 산하에 새로 생긴 수사 전담기구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이번 수사 결과에 더욱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여권에선 이번 수사가 미흡하게 마무리될 경우 검찰 개혁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실제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이 배제된 데 대한 우려와 비판 여론은 상당하다. 본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LH 조사를 누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41.1%가 ‘검찰이나 감사원이 주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금과 같이 ‘경찰이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은 19.5%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35.2%로 나타났다. 즉 국민 4명 중 3명이 최소한 지금처럼 검찰이 배제된 채 수사를 지속해선 안 된다는 입장인 셈이다.

특검 도입 매우 필요가 43.3%

여당도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을 끝내 무시할 순 없었다. 더구나 4·7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수사에 소극적 태도로 임한다는 의심은 곧 독약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앞장서 특별검사(특검) 카드를 꺼내 들고 당에서 이를 즉각 수용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물론 기존 검찰이 아닌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긴 하지만, 경찰 수사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작용한 셈이다. 여당으로선 줄곧 강조해 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를 스스로 깨고 검찰을 끌어들이는 고육지책을 감수한 것이다. 이는 경찰 주도 수사에 힘을 보태온 정부와도 엇박자를 보인 조치였다. 야당의 수용으로 특검 도입이 가시화됐지만, 세부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어 특검 구성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은 특검 도입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LH 의혹을 수사할 특검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4%였다. 이 중에서도 ‘매우 필요’가 43.3%에 달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2.1%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전 지역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겼다. 광주·전남·전북과 제주에선 여당이 제안한 특검에 70% 이상 찬성 응답을 보였다. 대구·경북에서도 52%가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셈법과 무관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이 담긴 결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 의뢰 / 시사리서치 조사 /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 3월16일 / 무선 100%·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 응답률 5.2% /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